정관복원술, 회춘엔 도움 안돼요
정관복원술, 회춘엔 도움 안돼요
[닥터 김경희의 해피섹스]
어제 남동생의 둘째가 태어났다. 요즘 애들은 엄마 뱃속에서 다 자라서 나오는 모양이다. 첫날부터 눈을 떡하니 뜨고 이리 저리 소리 나는 쪽으로 눈동자를 돌리는 꼬맹이가 신기하고 예뻐서 야단을 피우니 동생이 ‘누나, 그러다가 넷째 낳는다 소리 나오겠다.’한다. 농담 삼아 ‘그래볼까?’하니 남편이 질겁하며 ‘누굴 죽이려고, 애 셋이 치대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빠질 지경인데’ 하고 정색을 해서 많이들 웃었다.
워낙 출산율이 감소하다보니 국가적으로 가족계획의 기조가 바뀌고 지난 대선에서는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을 제시하는 후보까지도 등장했다. 최근 출산율이 약간 상승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나마 고령자의 출산이 보탬이 된 것이지 사회여건상 아직 많은 젊은 남녀의 자녀에 대한 갈망과 미래에 대한 희망은 그리 나아진 것 같지 않다.
과거 60년대에는 한 가정의 자녀수가 평균 5명이상으로 당시의 보건복지협회 가족계획 슬로건이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 였단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원동력중 하나로 정관수술을 비롯한 피임방법의 국가적 장려 및 보급을 꼽아도 될 것이다. 말하자면 과거 가난을 뿌리치게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정관수술이었다 하겠다. 피임방법의 보급으로 경이적으로 이룬 출산저하로 너무나 짧은 시간에 인구구조가 비정상이 되면서 정부가 뒤늦게 인구증가정책을 펴기 시작하니 이젠 정관수술이 천덕꾸러기다. 옛날엔 정관수술을 하면 예비군훈련도 빼주더니 이제는 보험혜택도 주지 않고, 그간 정관수술을 해온 사람들에게 실 값도 안 빠지는 저수가로 정관복원수술을 하라고 장려한다. 일반수요자나 의료제공자나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50대 초반으로 전립선비대증 치료를 받고 있는 남성 환자가, 정관수술을 받은지 15년이 넘어 많이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자녀들이 모두 고등학생이라 너무 재미가 없다고, 늦둥이를 낳아 키우다 보면 생활에 활력도 생기고, 막혔던 정관을 다시 뚫어주면 순환이 잘 되서 성기능도 좀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게다가 요즘엔 보험이 되서 비용도 저렴하니 정관복원술을 해도 되냐고 물어왔다. 순전히 자녀 욕심만으로 고민하고 있고, 부인도 깊이 동의한다면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하겠지만, 정관 수술 후 복원까지 기간이 길수록 수술성공률, 임신성공률이 모두 저하되니 그것도 간과할 수 없다 말씀을 드렸고, 정관복원술을 했다고 순환이 잘되면서 남성성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기에 회춘하기 위해서라는 문제로 접근한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시는 것이라 조언을 드렸다. 자녀욕심, 성기능 개선, 저렴하니까 등 생각이 참 많으시다. 자신의 본 의도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숙려하고 선택할 문제다.
출처 : AM7/동부시립병원 비뇨기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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