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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umn,criticism
전문가칼럼
 
작성일 2009-02-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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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1859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은 ‘불안’
# 이명박 대통령의 최고·최대의 정적(政敵)은 누구일까? 박근혜일까? 아니다. 불안이다. 지난해 이맘때 숭례문이 불탄 후 우리 사회는 불안이 가속돼 급기야 불안의 지뢰밭이 돼 버렸다. 먹거리 불안에서 불똥이 튀어 나라를 온통 뒤흔들었던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로 우리가 겪은 사회적 몸살은 심대했다. 그 뒤 숨돌릴 틈도 없이 밀어닥친 금융위기와 산업위기 속에서 환율 불안, 시장 불안, 일자리 불안 등으로 우리 사회의 불안은 가속됐다.

 # 거기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경제적 불안을 법과 제도로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회는 오히려 해머와 전기톱이 난무하고, 정작 문만 열면 개점휴업하기 일쑤여서 사실상 국가적·사회적·경제적 불안을 해소하긴커녕 되레 불안의 증식처가 돼 버렸다. 게다가 희대의 연쇄살인범과 어처구니없는 용산 참사에서 여실히 확인되듯이 우리는 사실상 ‘불안의 지뢰밭’에서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뒤처지면 끝장이라는 부모의 강박관념 속에서 아이들은 영어다 뭐다 하며 쳇바퀴 돌리듯 하는 시간표 속에서 불안한 존재로 사육당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이 중학교 1학년 수학 문제를 풀면서도 불안해하는 세상이다. 게다가 요즘 젊은 구직자들은 토익 점수, 해외 연수,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십 등 이른바 ‘스펙 5종 세트’를 확보하고서도 불안해한다. 실제로 몇몇 대기업이 봉사 경력에 헌혈을 포함하자 대학생이 군인을 제치고 헌혈 1위로 올라서는 일까지 벌어질 만큼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 그런데 희한한 것은 최근 들어 북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위기, 혹은 전쟁의 공포나 위협과 같은 거대한 불안에 사람들은 오히려 무감각하다 못해 무관심해졌다는 점이다. 왜 그런 것일까? 아마도 일상의 불안들이 너무나 촘촘해 전쟁 위협과 같은 거대한 불안까지는 눈과 귀가 미치지 않기 때문이리라. “꼭 폭탄이 터져야 전쟁인가. 이미 삶이 전쟁인데…” 하는 생각이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 영국의 비평가 로널드 헤이먼은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했다. 독일의 영화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도 같은 제목의 영화를 찍었고, 시인 조용미 역시 같은 제목의 시집을 냈으며,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낸 솔로 앨범에도 같은 제목의 노래가 실려 있다. 그런데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면 어떻게 될까. 자본 잠식이 기업의 거덜 난 상태를 말하듯 불안의 영혼 잠식은 그 개인과 그가 속한 사회의 파탄 상태를 뜻한다. 결국 불안은 우리 내면과 영혼마저 잠식해 들어오다 어느 순간 삶을 통째로 삼켜버리는 소리 없는 점령군이다.

# 카이사르가 루비콘강 앞에 섰을 때,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기다리고 있을 때, 아이젠하워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결행하기에 앞서, 그들은 예외 없이 불안과 직면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불안을 뚫고 전진했다. 그것이 역사를 만들었다. 모든 역사는 불안을 뚫고 전진해 온 역사다.

 # ‘경영의 신’이라 불린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바람이 강한 때야말로 연을 날리기에 가장 좋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불안의 바람이 거셀 때 그것을 타고 넘을 수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해야 한다. 아울러 혹 스스로 빚어낸 불안의 요소들은 없었는지 지난 1년의 궤적 속에서 자성해 보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보름 남짓 남은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시점에서는 정말이지 자신의 최고·최대의 정적인 불안마저도 끌어안고 녹여내는 보다 성숙한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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