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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8-10-29 17:27
ㆍ추천: 0  ㆍ조회: 2172      
[김진목 기고]‘채무불이행죄’의 도입 필요성

[기고]‘채무불이행죄’의 도입 필요성

 
[김진목/정치학 박사]

  요즘 국내외 경제 사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시작된 미국 경제의 침체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여파로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개월 전에는 원유가와 원자재값 폭등으로 고전하다가 최근엔 다시 치솟는 환율 폭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금융시장과 건설경기도 혼란스럽고, 부동산시장도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다. 경매시장도 얼어붙어서 그렇게 잘 나가던 아파트 경매도 2-3회의 유찰을 통해 겨우 반값에 낙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서민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자금이 이자가 폭등해 이자 지급과 원금 변제에 골몰하고 있다.
  즉, 사회신용질서의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의 총체적 문제는 세계경제의 불황과 맞물려 최근에 발생한 문제들이고, 보다 근원적인 신용질서의 문제점이 있다.

  즉, 친구지간 또는 친인척간, 이웃간에 사이 좋던 시절에 서로 믿고 빌려준 차용금을 속절 없이 떼이고, 이를 처벌할 법률은 그 구성 요건의 엄격화로 제대로 응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할 것이다.

  사기죄라 함은 형법 347조에 규정돼 있듯이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돼 있다.

  따라서, 이 죄명은 기망행위를 입증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근원적인 한계가 설정된 처벌 규정이다.
  그래서 경찰이나 검찰에서는 실무적으로 이를 입증하기 위해 돈을 빌릴 당시의 변제의사와 변제능력을 심층적으로 수사하고, 어떤 내용의 기망행위가 있는 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죄명이 상당히 사람 내면의 죄 즉, 마음속의 범죄를 밖으로 끄집어 내서 이를 입증해야 하는 상당히 고난도의 수사가 요구되는 데 있다. 물론, 객관적인 정황과 증거로서 당시 변제의사와 변제능력을 판단하지만,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하기에 수사종사자의 강한 수사 의지가 매우 절실한 죄명이기도 하다.

  이 사기죄는 기소율이 2008년 전반기 기준으로 18.2%로 그 처벌이 상당히 어려운 죄이기도 하다. 또한, 검찰에서 무혐의처분 하면 다시 항고, 재항고 또는 재정신청으로 이어지고, 더욱이 항고 이유가 타당해 받아들여지면 자체 재기나 항고청의 재기수사 명령에 의해 재수사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에 불복하면 또다시 항고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아주 수사력이 많이 투입돼야 하는 죄명이기도 하다.

  즉, 고소인은 피고소인이 처벌되던 지 아니면 합의가 되던 지 둘 중에 하나가 되어야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법적 절차를 밝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이다. 현 실태가 이런 관계로 수사기관에서는 정작 살인, 강도, 강간, 절도 등 강력범죄에 수사력을 집중하거나 경찰의 경우 예방활동에도 보다 많이 투입돼야 함에도 이렇게 사기죄의 기망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국가의 수사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법원도 민사집행법상 재산명시제도, 재산조회제도, 그리고 채무불이행자 명부제도를 실시해 나름대로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으나 그 실효성이 미약하고, 또한 피해자가 법원의 승소 판결을 받아도 집행할 대상이 없는 경우(부동산이든 은행예금이든 그 사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이전하거나 인출한 경우 포함)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법원에서 불구속 재판주의를 원칙으로 해 어지간한 사기죄는 구속조차 어렵고, 검찰에서 불구속구공판으로 기소를 해도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무죄를 선고하면 피해 변제를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법원에서 죄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아도 형량이 적다고 판단하는지 실형을 그대로 살다가 나와서 그 복역을 채무변제로 간주해 버리고 아예 피해금액을 갚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도 현 실태이다.

  그렇지만, 이 경우는 그래도 피고소인이 기소돼 처벌이라도 받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문제는 사기죄로 인정되지 않아 기소조차 할 수 없는 경우로 피고소인이 검찰의 혐의없음 처분을 받으면 오히려 떳떳하게 활보하는 일종의 ‘악질 사기꾼들’을 어떻게 처벌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라 할 것이다.

  세상은 늘 변하고 있지만, 법이 그 현실 문제를 모두 반영하지 못하고 늘 쫓아가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현재의 사기죄 조항이 신용질서를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고, 많은 피해를 제때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회나 정부에서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이 피해가 없도록 이를 규율할 법률을 조속히 제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즉, 신용질서를 어지럽히는 간교하고 악질적인 사기꾼들을 이 땅에서 반드시 추방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이유라 생각한다.

  따라서, 도입 방안으로 기본적으로 채무를 약정기한 내 변제하지 않은 것을 ‘채무불이행죄’로 고소할 수 있되 전제 조건으로 모든 채무를 판사의 판결을 통한 민사소송전치주의를 통해 규율하고, 그 결과 승소한 경우 가해자가 변제할 수 있는 일정 기간을 정한 뒤 그 기한이 도과하면 그때 형사고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자는 것이다.

  다만, 이 때에도 약속어음 공정증서나 명확한 차용증서에 의해 그 채무의 변제가 명확하게 기재된 증거서류는 그 약정기한이 지나면 바로 형사고소 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자는 것이다. 또한, 피의자 양산을 방지하기 위해 이 죄명에 한해 고소를 하더라도 일정한 합의조정 기간을 두고, 그 기간이 도과하면 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면 어느 정도 피의자의 인권도 보호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죄명으로 고소할 수 있는 피해금액은 100만원 이상으로 한정해 소액의 피해에 대해 무차별적인 고소를 하는 등 고소 남용을 방지하고, 업무적정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조사 결과 피해금액과 죄질에 따라 처벌을 규정하되 원칙적으로 1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은 벌금형,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은 불구속구공판, 5000만원 이상은 구속구공판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반대론자들은 이 제도의 도입으로 다량의 형사피의자를 양산하고 민사와 형사의 구분이 모호해진다고 반대하고 있지만, 합의조정 기간을 둬 형사피의자를 최소화하고 민사소송전치주의를 통해 사전에 민사적으로 해결하고, 그것이 해결이 안 될 때 국가가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신용질서 회복 차원에서 개입하는 형식으로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한 수많은 음주운전 및 폭력사건 입건, 그리고 생계형 청소년보호법의 입건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피의자를 양산하는 죄명이지만 사회기강과 생명보호, 그리고 청소년보호를 위해 별 무리 없이 집행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상가 및 주택 임차인의 소액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각각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두고 있다.
  이 법률은 사인 간의 채권관계를 물권화 함으로써 다른 담보물권자에 대해 대항력을 갖추게 한 것이다. 즉, 국가에서 약자 임차인들의 보증금 보호를 위해 채권을 물권화한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채무불이행죄’도 대다수의 선량한 서민들을 보호하고 사기죄의 미흡함을 보충하며, 악질 사기꾼들을 형사처벌화 함으로써 신용질서를 확립하고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사기죄도 민사문제를 형사사건화 한 사례이다. 다만, 처벌 요건의 강화로 기소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이를 시정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제도의 선례는 이미 오래 전에 영국에서도 시행됐고, 영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부친도 채무불이행죄로 수감된 적이 있으며, 현재 독일에서도 채무불이행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감에서도 어느 의원이 “악질 사기꾼들을 사기죄로 처벌 못하면 ‘채무불이행죄’를 신설해서라도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이 제도의 도입을 적극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망행위 입증의 문제가 없으므로 간단한 수사로 많은 사건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으며, 그 잉여인력을 강력범죄와 중요범죄에 투입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며, 특히 경찰은 강력범죄 예방활동을 더욱 강화해 범죄의 사후조사보다 사전예방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할 것이다.

  따라서, 사회신용질서 회복과 악질 사기꾼들이 이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채무불이행죄’가 조속히 도입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일간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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