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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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부자
신문을 보니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가 우리나라에 왔더군요. 그는 한 때 경쟁사와 소비자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기도 하였지만, 지금 그는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는 멋진 부자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내 놓았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는 청와대를 방문하여, 전 세계 60억 명 중, 빈곤층이 20억 명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기술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키는지 보여주기 위해 내 생애를 바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신문을 보니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공개에 관련된 기사도 있더군요. 최근 공직자들의 재산공개가 이루어지면서, 자신의 재산과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이 많다고 하여 비난받거나 부끄러워해서는 안 될 일이지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불행하게도 부자에 대하여 보이지 않는 불신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2명 중 1명은 과거 부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쌓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현재 정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국민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은 부자에 대한 불신과 함께,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을 계량화 한 “갈등지수”를 보면 “부자와 가난한 자의 갈등”이 87%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들의 35%가 ‘자본주의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빈부격차’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박완서 선생은 일찍이 “도둑맞은 가난”이라는 소설을 통하여 부자와 가난한 사람간의 소통의 장벽을 지적하기도 했지요.
물론 사람들은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부자 되는 방법에 대한 책과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멘트가 상대를 격려하는 인사말로 널리 사용되기도 합니다. 부자가 되는 것은 자랑스럽고 좋은 일입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를 원하면서도 부자를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존경할만한 부자가 없다는 것이겠지요. 소크라테스는 “부유한 사람이 그 부를 자랑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가 그 부를 어떻게 쓰는가를 알기 전에는 그를 칭찬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만일 부자가 가난한 이의 심정을 헤아리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결코 존경을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부자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존경받는 부자가 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을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그 어려운 일에 비유했겠습니까? 그러나 빌 게이츠 같은 부자들을 보니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존경받는 부자가 더 많이 늘어나, 생기가 넘치고 온기가 도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면서, 모두들 가난한 사람들의 심정을 온전히 헤아릴 줄 아는, 존경받는 부자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출처 : 이성록 박사(한국재활복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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