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 보람
지난 10월 20일 오후 1시.
김포시 공설운동장에서 전국노래자랑녹화가 시작되었습니다.
4천 여명이 모인 대성황 속에서 취재기자로 일찍 참석하여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필요한 질문을 했고 무대 옆 대기하고 있는 출연자들에게도 부를 곡명, 주소, 나이, 노래연습방법, 특기, 특별사연 등을 미리 인터뷰했습니다.
녹화가 계속되는 동안 특별나게 눈에 뜨이는 관람객이나 시민댄서들에게 접근하여 대답과 주소, 나이까지 적느라 매우 바빴습니다.
방송이 되지 않는 심사평, 시민들의 반응, 수상소감 등을 듣느라 심사위원, 김동식 김포시장 등 낯선 사람들에게도 용감히 질문을 던져야했습니다.
의심이 나서인지 선뜻 응해주지 않아 먼저 명함을 드린 후
"김포시청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김포마루 기자예요.
주소를 말씀해주시면 꼭 책임지고 김포마루를 보내드릴게요."
평소 입이 무거운 나에겐 같은 말을 반복해야하는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가정주부로서의 맡은 바 모든 일과를 마친 밤11시쯤에야 겨우 컴퓨터 앞에 앉아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이 마감 일이었으므로 밤을 꼬박 샜습니다.
한 면의 3분의 2 정도 들어갈 만한 길이를 감안, 간단히 써도 안되고 너무 상세히 길게 쓰면 편집되기에 신경을 많이 써야했습니다.
여러 번의 수정을 거듭한 결과 새벽 6시쯤, 완성된 기사를 메일로 보냈습니다.
몸은 피곤하고 눈은 발갛게 충혈 되었지만 주어진 일을 마쳤다는 뿌듯함에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며칠 후 핸드폰을 통하여 상쾌한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애쓴 보람도 느꼈습니다.
"이계옥 기자님이세요?
김포마루 잘 받아서 고맙다는 인사드리려구요."
"제가 오히려 감사하지요.
다음 달부터도 계속 배달 될 거예요.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공설운동장 메운 4천여 관중 열광의 도가니>란 제목으로 김포마루 11월 호에 실린 전국노래자랑기사입니다.【】부분은 지면 때문에 편집되었음을 참고로 알려 드립니다.
"딩. 동. 댕. 동." 맑은 실로폰 음이 김포시 공설운동장에 힘차게 울려 퍼지며 구수한 된장찌개와 막걸리가 연상되는 M.C. 송해(78세)씨의 컬컬한 인사말이 장릉 뒷산을 진동시킴으로 K.B.S. 전국노래자랑이 드디어 개막되었다.
20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1, 2차 예선을 통과한 15명의 출연자들은 저마다의 끼를 보이려 상기된 모습이었다.
초대가수 하춘화씨가 9인조로 구성된 김인협 밴드에 맞추어 히트 곡들을 줄이어 불러 흥을 돋구자 운동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한마음 되어 손뼉치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가수 오은주를 빼 닮은 주부 오은주씨(북변동)의 '첫차'를 시작으로【'오 마이 줄리아'를 불러 관중을 사로잡은 서울예전의 박상훈씨(사우동), 김포토박이로 가수 하춘화를 많이 닮아 열렬한 팬이 되었다는 강애숙씨(장기동), 가수 박주희의 '럭키'를 신나게 잘 부른 디자이너 서경희씨, 지팡이에 의지하여 노인행세로 등장함으로써 익살부린 조두현씨(장기동), 진분홍색 한복차림으로 '태평가'를 열창한 유영숙씨(북변동), '참새와 허수아비'를 차분하게 부른 최정숙씨(양촌면), 73세 고령임에도 태평소를 특기로 '정하나 준 것이' 곡을 끝까지 부른 자칭 인간문화재 이경순씨(대곳면), 버섯재배하며 틈틈이 집에서 노래방 기계로 연습하였다는 이덕종씨(통진읍), 가수 최진희의 '가져가'를 능숙하게 부른 이춘화씨(풍무동),】참가자들은 저마다의 끼와 노래실력을 뽐냈다.
대명포구에서 직접 잡았다는 싱싱한 삼식이와 쭈꾸미, 게를 들고 나와서 즉석 코미디를 벌인 김소휘씨(북변동)는 웃음의 도가니로 몰며 많은 박수를 받았고 금년 3월에 구성된 여성축구단을 알리기 위해 출연했다는 김선옥씨(풍무동), 박선영씨, 오해숙씨는 '동반자'를 부른 후 가수 하춘화의 사인이 새겨진 축구공들을 관중에게 선물하였다.
취업 5일째라는 경원전문대 재학생 윤민경씨(풍무동)의 '57분 노래자랑정보' 중 가수 장나라와 현숙의 모창은 너무도 흡사했고 각종 돼지 울음소리를 특기로 축복의 땅 김포자랑을 만담으로 펼친 빨간 의상과 구두, 양말의 김경인씨(하성면)는 25년 사상 가장 정열적인 의상이라는 사회자의 평을 받았다.
군복무 마친 큰아들 다음 23년 만에 딸을 낳아 7개월에 접어들었다는 김원임씨(걸포동. 46)는 지금 또 임신중이라 늦복이 터졌다 하여, 부른 곡목처럼 정말 '운명 같은 여인'인 듯 싶었다.
독창으로 시작한 김동식 시장의 애창곡 '사랑으로'는 김포시민과 호흡을 같이하며 곧 합창으로 변했고 중간, 중간 초청가수 이창용, 김용임, 안다미, 설운도의 히트 곡 열창은 분위기 띄우는 양념역할을 톡톡히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중석에서 일어나 춤을 신나게 춘 김명수씨(양촌면)는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고 예선전이 T.V.를 통하여 보는 것보다 더 즐거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예선전 때 떨어졌어도 기분 좋았다면서 노래와 끼를 겸비한 재주꾼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김선영씨(불로동), 무대 위에 서본 것만으로도 매우 흡족했다는 박남준씨(대곳면), "노래로만 승부 걸려했던 나의 생각이 잘못이었죠. 지금까지 전국노래자랑을 재미로만 무심히 봐왔는데 쟁쟁한 실력파들로 존경심이 간다."라는 이경애씨(고촌면), 1차 예선에 통과한 것으로 면목이 섰다는 고영애씨(사우동)는 아직도 예선전의 분위기에 젖어있는 것 같았다.
리허설 때 최우수상후보 참새와 허수아비를 부른 최정숙씨가 너무 긴장한 탓인지 제 실력을 발휘 못하여 매우 안타까웠지만 모두 높은 실력들이라 인기상과 장려상을 한사람씩 더 주었다는 신대성, 박성훈 작곡가의 심사평이 있었다.
넘쳐나는 재치와 유머로 저마다의 특기를 맘껏 뽐낸 'KBS 전국노래자랑 김포편'은 오는 11월 28일 12시 10분 KBS 1TV에서 방영된다.
최우수상; 유영순(태평가)
우수상; 박상원(오 마이 줄리아)
장려상; 오은주(첫차). 윤민경(러브레터)
인기상; 김소희(사랑의 트위스트). 김경인(빨간 구두 아가씨)
이계옥 김포마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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